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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도시농부] 동물복지, 가치소비 그리고 도시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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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 가치소비 그리고 도시농업

 

                                                                  백혜숙 사회적기업 에코11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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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자연헌장에는 “모든 생명체는 인간에 대한 가치와 관계없이 그 존엄성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지구의 다양한 생물들은 인간의 삶과 함께해 왔으며,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근원이기도 하다. 식물, 동물과 인간이 하나의 생명줄로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생명체는 존엄성이 인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인간중심적 사고에서 인간과 자연의 공생적 사고로의 전환을 촉구하고, 지속가능성 개념을 통해 환경과 인간복지 간의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생태복지’와 유엔 자연헌장은 일맥상통한다.

 

식물복지, 동물복지, 인간복지를 아우르는 생태복지 중에서 인간에게 가장 가깝게 다가온 것이 동물복지(animal welfare)이다. ‘안락한 환경이 어우러져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상태’를 복지라고 한다. 동물복지는 인간이 자신의 영리만을 위해 동물을 이용하는 것을 반대하고, 동물에 대해 최소한의 윤리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동물복지는 2008년, 유럽연합(EU) 제안으로 ‘ISO 26000(사회적 책임에 관한 국제표준; 조직의 결정과 활동이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투명하고 윤리적인 행동을 통해 조직이 지는 책임)’에 정식 채택되었다. ISO 26000 동물복지는 식품안전 기준보다 더 강제력 있는 표준안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ISO 26000을 계기로 국제사회는 기업, 비영리단체, 공공기관 등 모든 조직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책임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최근 국제소비자기구도 문제의식책임, 참여책임, 사회적 책임, 환경보존책임 등 소비자책임을 선언했다. 소비자도 책임의식을 갖고 실천하는 사회가 도래했으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기 위해서는 윤리적 소비, 착한 소비를 넘어 가치소비(사회적 가치가 부여된 제품을 소비, 즉 나만의 가치가 아니라 우리의 가치를 추구하는 소비)가 필요하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2013년에 ‘축산선진화법’이라 불리는 ?동물보호법? 제29조의 개정으로 ‘동물복지축산농장’이 등장했다. 하지만 최근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지탄받은 것처럼, 대부분의 가축이 아주 가혹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 동물복지농장 산란계의 경우, 다단 구조물(케이지)이 설치된 계사는 “이용 가능 면적(다단구조물 포함) 1㎡당 9마리 이하”로 법에서 규정하고 있지만, 이의 몇 배에 이르는 사육밀도로 케이지에 갇혀 사는 게 현실이다. 정책적 지원을 받고 있는 동물복지농장제가 생겼어도 여전히 공장식 밀집축산이 줄지 않는 이유는 육류 소비량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한 해에 닭을 7억 3천만 마리를, 달걀은 135억 6천만 개(1인당 평균 268개)를 소비했다고 한다.

 

사실 동물복지농장제와 더불어 방역시스템, 품질 인증제 등을 엄격하게 실시하더라도 소비자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 한, 갈 길이 요원해 보인다. 지나친 칼로리 섭취, 육식 위주의 식문화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 ‘네(식물과 동물)가 행복해야 내(인간)가 행복하다’는 공생적 사고와 가치소비가 함께 이루어져야 동물복지농장 정책이 성공할 수 있다. <헤럴드경제>가 분석한 ‘2017 맛 트렌드’에 의하면 지구와 환경을 고려하는 소비자가 늘고 ‘환경 가치 소비’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환경과 공존하는 한 단계 진화한 채식음식문화가 눈에 띄었다고 한다.  

 

슬로푸드 운동의 발상지인 이탈리아 토리노는 동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하여 ‘채식도시’를 선언했다. 독일에서도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 생명존중, 환경을 생각하는 방향으로 식문화와 소비가 변하면서 20~30대 청년층을 중심으로 채식인구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채식을 선택하는 사람들 대다수가 동물복지에 관심이 많으며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의식이 커지면서 채식주의 운동이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 도시열섬 완화를 위하여 시작된 도시농업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과 도시농부 중에는 채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도시농부들은 생태적인 흙 가꾸기를 통해 땅의 복지를 실천하며 최대한 자연의 시간과 환경에서 재배하면서 식물복지에도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동물복지는 식물복지의 기본이 되는 토양에 영향을 주고, 동물복지는 식물복지, 인간복지와 상호작용을 하며 하나의 사슬체계를 이루고 있다. 식물복지를 통해 인간복지에 도움을 주고 동물복지를 생각하는 것이 도시농업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도시농업은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활 속 생태복지라 할 수 있다. 즉, 생태복지를 실현하고 동물복지에 공헌하는 것이 도시농업인 것이다. 

 

도시농업의 볼륨을 높여 식문화와 가치소비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은 동물복지, 생태복지에 기여하는 것이 된다. 이를 위한 실천적 방법으로 첫째, 실천중심 도시농부 교육에 식물복지, 동물복지, 인간복지를 결합하여 ‘생태복지 도시농업’으로 교육과정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자치구별, 학교별, 마을별로 촘촘하게 도시농부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도시농업의 새로운 가치 창출과 제2의 붐을 일으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식생활 교육과 미래식량곤충을 접목하여 새로운 도시농업 식문화를 창안하자. 우리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육류를 섭취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의 권장식단에 따르면, 인류가 전체적으로 과일과 채소 소비는 25% 더 늘려야 하고, 붉은 고기 소비는 56%나 줄여야 한다. 2013년, 유엔식량농업기구는 “곤충은 인류를 위한 훌륭한 영양공급원”이라고 인정했다. 곤충도 도시농업에 적극 반영하자. 도시농업에서의 곤충은 식량공급원뿐만 아니라, 진딧물을 잡아주는 칠성무당벌레처럼 도시생물다양성과 생태복지에 기여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 

 

셋째, 도시농부가 주축이 되어 가치소비를 주도하고 식물복지, 동물복지를 실천하는 농가를 발굴?지원하는 ‘가치인증(價値人證)’ 공동체를 꾸리자. 가치인증단원으로 활동하며 보람도 찾고 농가를 자주 왕래하면서 ‘생명을 귀중하게, 밥상을 건강하게,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일에 앞장설 수 있다. 이것은 낯선 미개척 분야가 아니다. 생협의 ‘자주인증체계’, ‘농사펀드’의 발전된 사례이며 사회적경제의 한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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